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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NVIDIA)의 수장 젠슨 황 CEO가 대만 GTC 타이베이 일정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서울로 날아왔다. 작년 깐부치킨 회동 이후 불과 7개월 만의 전격 방한이다.

세계 AI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그가 별도의 공식 컨퍼런스도 없이 오직 한국 파트너사들과의 ‘비즈니스’만을 위해 입국했다는 점에서 전 세계 IT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홍대 삼겹살집에서 소맥을 말고, 잠실야구장에서 시구를 하는 파격적인 행보 속에 숨겨진 젠슨 황의 진짜 속내와 국내 기업 총수들과의 비즈니스 연결고리를 짚어본다.

 

젠슨 황은 왜 지금 한국을 찾았을까?

젠슨 황이 밝힌 이번 방한의 핵심 키워드는 '하반기 AI 공급망 조율'과 '물리적 AI 및 로보틱스 생태계 확장'이다.

올해 상반기 엔비디아의 AI 인프라 구축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하반기에는 상상 이상으로 바빠질 예정이다. 이를 앞두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동시에, 엔비디아의 다음 먹거리인 ‘로보틱스(Robotics)’와 노트북용 온디바이스 AI 칩인 ‘RTX 스파크(RTX Spark)’의 시장 지배력을 넓히기 위해 한국을 최적의 파트너로 낙점한 것이다. 한국은 이제 단순한 부품 공급처가 아니라 엔비디아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진화하고 있다.

 

젠슨 황이 만난 총수들과의 '동맹 시나리오'

젠슨 황의 일정은 그야말로 숨이 막힐 정도로 밀도 높았다. 그가 만난 기업 총수들의 면면을 보면 엔비디아가 그리는 미래 청사진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1. SK 최태원 회장 & 삼성전자: HBM 공급망 락인(Lock-in)

방한 첫날 저녁, 홍대 삼겹살집에서 가장 먼저 마주 앉은 사람은 SK그룹 최태원 회장이다.

  • 비즈니스 목적: 엔비디아 AI 가속기의 필수재인 HBM(고대역폭 메모리)의 안정적인 공급을 확약받기 위함이다. 이날 회동에서 SK하이닉스의 이니셜을 딴 'HBM(Honey Banana Milk) 감자칩'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깜짝 퍼포먼스를 선보인 것만 보아도 두 회사의 끈끈한 결속력을 알 수 있다. 물론 최근 테스트가 한창인 삼성전자와의 HBM 공급망 다변화 및 세부 조율도 이번 방한의 주요 목적 중 하나다.

2. LG 구광모 회장 & 현대차 정의선 회장: 로보틱스와 물리적 AI(Physical AI)

이번 방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변화는 '로봇'과 '모빌리티'로의 확장이다.

  • LG 구광모 회장: LG사이언스파크를 비롯해 LG가 가진 제조 물류 자동화, 로봇 공학 기술과의 결합을 논의했다.
  • 현대차 정의선 회장: 일요일 점심 평양냉면 회동을 가지며 현대차그룹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등 로봇 인프라와의 협력을 구체화했다. 자율주행을 넘어 공장 자체를 AI로 구동하는 '물리적 AI' 콘셉트를 현대차·LG의 제조 라인에 이식하려는 전략이다.

3. 네이버 이해진 GIO: 소버린(Sovereign) AI 및 클라우드

삼겹살 회동에서 골든벨을 울린 네이버 이해진 의장과는 국가별 맞춤형 AI 구축을 위한 '소버린 AI' 협력을 다졌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엔비디아의 오픈 거대언어모델(LLM) '네모트론(Nemotron)'을 활용해 하이퍼클로바X를 고도화하고 있다. 엔비디아 칩을 사용하는 거대 고객사이자 아시아 AI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4. 두산 박정원 회장: 로봇 팔 잡고 잠실구장 시구까지

일요일 오후, 젠슨 황은 잠실야구장 마운드에 올랐다. 시타자는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 두산로보틱스는 국내 협동로봇 시장의 강자다. 이미 지난 4월 젠슨 황의 장녀 매디슨 황 이사가 두산로보틱스 연구센터를 방문했을 때부터 예견된 만남이었다. 엔비디아의 AI 두뇌(Jetson 등)를 두산의 로봇 하드웨어에 탑재하는 고도화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5. 게임업계 (크래프톤 장병규, NC 김택진, T1 페이커)

젠슨 황은 PC방을 돌며 배틀그라운드의 크래프톤, 아이온2를 준비 중인 엔씨소프트 수장들과도 연쇄 회동을 가졌다.

  • 비즈니스 목적: 엔비디아가 새로 선보이는 노트북용 온디바이스 AI 플랫폼 'RTX 스파크' 생태계 확장의 일환이다. 크래프톤 게임 내에서 유저와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전략을 짜는 AI 캐릭터(NVIDIA ACE 기술 적용)를 시연하며, 게임 시장이 엔비디아 AI 칩의 거대한 소비처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맺으며: 단순한 출장이 아닌 'AI 동맹'의 공고화

젠슨 황의 이번 방한은 한국 테크 생태계에 엄청난 메시지를 던진다. 엔비디아는 한국에 R&D(연구개발) 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만나 국내 AI 스타트업 지원 및 GPU 공급 협력까지 논의했다.

단순히 칩을 팔고 메모리를 사 오는 관계를 넘어, 메모리(삼성·SK) - AI 인프라(네이버) - 하드웨어 로봇(현대차·LG·두산) - 킬러 콘텐츠(게임사)로 이어지는 '종합 AI 밸류체인'을 한국 기업들과 함께 완성하겠다는 의지다.

가죽 재킷을 입고 삼겹살에 소주를 들이켜며 한국에 깊은 애정을 과시한 젠슨 황. 그가 남기고 간 '엔비디아 서프라이즈'가 향후 국내 기술 주도권에 어떤 나비효과를 몰고 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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